오후 다섯시부:
율 나오다.
수련 전 축구를 하다.
바른 자세를 만들면서 기본검법을 수련하였다.
율이 말했다. "이게 이렇게 힘든 자세였다고...?"
쌍수검법을 수련하면서 바른 자세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하다.
"해동검도는 일단은 세 자세만 잘 하면 돼. 그 중에서도 범도, 소도를 잘 해야 해. 그리고 하나가 대도세지."
말했다.
"예전에 검법 점수가 50점 이었다면, 오늘 점수는 몇 점인지 알아? 아름다움 멋짐이야~! 잘했어."
ps. 율이 화랑세(대각선 올려베기)로 나에게 공격 자세를 취하였다. "그렇지! 피하기 가장 어려운 자세가 화랑세지! 하지만 너무 공격만 생각해서는 안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공격한다고, 탈출로를 만들어줘야 해."
율이 말했다. "아~! 그래서 예전에 읽은 로마군 이야기에서도~~"
말했다. "바둑이나 오목을 둘 때도 공격만 생각해서는 안되지!"
목요일 여섯시 파이썬부:
인성이가 치과 치료가 있어 나오지 못한다고 하였다.
오후 여덟시 일반부:
여여님 나오다.
스트레칭 및 근력운동을 하다.
단배공을 수련하다.
호보를 수련하다.
반장흐름을 수련하다.
ps. 어제 저녁 일반부 수련중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모짜르트 - 클라리넷 2악장>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삽입곡이기도 하다. 내가신장을 서며 "저는 후배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제가 죽으면, 이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습니다." 말씀드리며 황동규 시인의 풍장 27을 소개했다. 이 시는 삶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죽음에서 삶을 바라 볼 때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채로운지를 그린 시라고 직접 들었다. 시인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썼다는 시 <즐거운 편지>도 소개해 드렸다. 이 시는 박신양,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편지>에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 참고로 황동규 시인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을 소설 <소나기> 황순원님의 아들이다.
어제 밴드에 올려드리기로 했는데, 깜박 잊고 못올렸다. 다시 말씀하셔서 오늘 올린다.
<풍장 27>
황동규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