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시작인 토요일, 탁구 동호회의 깜짝 번개모임 소식이 들려왔다. 정식 모임은 일요일 오전 9시지만, 개인적인 생활 패턴을 생각하면 토요일에 미리 땀을 흠뻑 흘리고 오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다.
하지만 탁구장 문을 연다는 확정 메시지가 올라오지 않아 마음 한구석에 작은 여지를 남겨두었다. '혹시나 문이 닫혀있다면 가볍게 자전거 드라이브나 하고 오지, 뭐.'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복을 챙겨 입고 페달을 밟았다.
예상대로 탁구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섭섭함보다는 오히려 반가운 자유로움이 밀려왔다. 날이 참으로 좋은 토요일 오후, 문득 평소에 늘 지나다니던 익숙한 길 대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핸들을 돌려보고 싶어졌다. 나만의 새로운 라이딩 루트를 개척해 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기로 한 것이다.
늘 다니던 반대 방향으로 페달을 몇 번 굴렸을 뿐인데, 눈앞으로 연구단지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여러 연구기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대덕종합운동장이 늘어서 있는 곳. 그 곁으로 울창한 숲과 한적하게 이어진 가로수길을 따라 달리니,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과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가슴이 절로 트이는 듯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니 거짓말처럼 카이스트 북후문이 나타났다. 수련원 근처이기도 하고 평소 몇 번 찾아와 본 적이 있어 눈에 익은 풍경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니, 여긴 완전 내 지역구잖아! 탁구장에서 수련원으로 바로 가려면 이렇게 와야겠군!'
혼자만의 비밀 통로라도 찾은 듯 기분 좋은 홀로움의 느낌이 든다. 후문을 통과해 호젓한 카이스트 교정을 한가롭게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왔다. 시원하게 뚫린 갑천 자전거도로에 들어서니 계절의 바람이 이마의 땀을 쾌적하게 식혀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림공원 자전거도로는 무슨 행사를 하는지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온기와 웃음소리로 북적거렸다. 탁구장 문은 닫혀 있었지만, 뜻밖의 작은 탈선 덕분에 호젓한 가로수길의 운치를 느끼고 동네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한, 꽤나 근사한 토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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