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으로 빗겨 받아 흘려 보내련다
운수 좋지 않은 날!
오늘 오전 9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울려 전화받으니, 수련원 건물 수도 공사 때문에 그런데 수련원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당혹스럽다.
오늘 오후 1시에 면접이 있었다.
일요일 기천문 문주님 고희연이 있어 계룡산에 다녀오고, 대전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전산 기간제 교사를 뽑는 것을 본 후에 오후에 서류를 준비하고 작성하여 마감일인 어제(월요일)에 제출하였다.
어제 저녁 7시 넘어 면접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고 오늘 보러갔다. 기간제 교사는 겸직이 허용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면접 도중에 겸직을 할 수 없으니 수련원을 그만 두던지 아니면 기간제교사 신청을 취소해야 한다는 질문을 받았는데, 갑작스레 수련원을 문닫는 것은 몇명 안되는 수련생이지만 믿고 보내주시는 학부모님께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련원 상황은 매우 어렵다. 또 오늘 같은 기회는 나에게 큰 의미가 되는 그런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수련원을 선택하였다. 수련원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 또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다. 상황은 그렇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회는 점점 멀어져 간다.
주변 분들 두분에게 면접 상황을 말씀드리니, 아쉬워하며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다며 한소리 들었다.
나의 판단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겸 유성역에서부터 갑천변을 지나 수련원까지 걸었다. 봄바람 치고 제법 쌀쌀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수련원에 도착하여 사무실을 보니 난장판이다. 사실 우리 수련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공사이긴 한데... 사무실 바닥이며 책상위, 노트북, 몇 권의 책들 위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고, 작업시 당연히 신발을 신고 하였을테니 신발자국이 여기 저기 어지러히 찍혀있다. 앉아 있을 공간조차 없고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니 카이스트 후문을 통하여 산책을 갔다. 카이스트도 중간에 공사중이며 막혀있어 되돌아 가서 산행로 입구의 그네에 앉아 다시 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몸의 체온이 떨어지는게 느껴져 다시 걸었다. 노천극장쪽으로 내려와 정문쪽에 있는 솔밭 사이길로 걸어 다시 수련원에 돌아오니 대략 한시간 정도 지났고 마무리 작업이긴 하지만 아직 작업중이다. 청소를 해주겠다고 하였지만 이분들이 청소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않아 내가 청소를 하였다. 괜시리 지친 마음에 화도 날법한데 그냥 마음을 달래고 마음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청소를 하였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내 남은 삶에서 사라져 간다.
툭툭 아무렇게나 전화를 하여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쓸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에 치닫지 않고 내 삶에 다가오는 한 삶의 장애이니 반장으로 빗겨 받아 흘려 보내련다.
다섯시부,
송성연, 송성윤, 이시현이 나왔다.
근데 내 마음도 모르고, 운동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면, 물론 순수한 마음으로 운동하기 싫다고 투정부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같은 날에는 내 생각하는 가치들이 순간 부정당하는 것 같아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어진다. 하지만 억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알아서들 하게 하니 학습만화를 봤다.
182.226.43.150 / 2018-03-20 19:05:27 작성